미쳐버리고 싶은, 미쳐지지 않는

by thinkagain
음악일기(26)
 

음악 : 시인과 촌장_비둘기 안녕

오늘 눈이 내렸다. 소나무 위에 소복소복 쌓인 눈은 정결하고 감사한 마음을 이끌어내겠지만, 도시의 아스팔트를 추적추적 적시는 눈은 어둡고 우울한 감정에 휩싸이게 한다. 이렇게 한 해가 지나고 있다. 한 학기 동안 내 생활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수업이 끝나서 후련하지만 부담감이 사라진 만큼 허전하기도 하다. 그래도 나는 이번학기 세 사람의 청강생을 만날 수 있었다는 점에 감사하다. 그들의 ‘우정’ 덕에 오늘 같은 날에도 정결하고 감사한 마음을 포기하지 않게 된다. 80년대 푸코 강의에 참가했던 프랑수아 에발드와 알렉상드로 폰타나 씨는 콜레주 드 프랑스를 이렇게 기억하고 있다. “콜레주 드 프랑스에서의 수업은 특이한 규칙에 따라 진행되었다. 교수들은 연간 26시간의 강의만 하면 되었다.(그 시간의 절반까지는 세미나의 형태로 할 수 있었다). 그들은 매년 새로운 연구 업적을 발표하여야 했고, 매번 강의 내용도 바꾸어야 했다. 강의나 세미나 출석은 완전히 자유스러워서 등록을 하거나 학위증을 제출할 의무가 전혀 없었다. 교수도 박사학위증을 제출하지 않았다. 콜레주 드 프랑스식의 용어를 따르자면, 교수들은 학생을 가진 것이 아니라 청강생을 가지고 있었다.” 초짜 시간강사가 푸코니 콜레주 드 프랑스니 하는 것들을 언급하는 게 우습지만, 청강생들 덕분에 나는 푸코였고 내가 출강한 학교는 콜레주 드 프랑스가 되었던 것 같다. 종강 때 나는 그들에게만 개별적으로 인사를 건네고 싶었지만, 개별적인 인사가 남들에게 편애로 오해될지 몰라 무덤덤히 교실을 빠져 나왔다. 편애 없이 공정히 강의하겠다는 식의 마음가짐은 어쩌면 학생과 강사 사이에 안전한 거리를 두려는 위선일지 모른다. 내 수업에 자유롭게 참여했던 세 사람의 우정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이렇게 전할 수 없는 방식으로 전한다.

by thinkagain | 2010/12/09 02:21 | think in vain | 트랙백 | 덧글(3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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